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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Executive Summary)]

인공지능이 SaaS 서비스의 기능으로 빠르게 편입되면서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SaaS가 사용자가 화면을 직접 조작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AI가 사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외부 API를 호출하며 업무의 일부를 대신 수행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AI 에이전트(Agentic AI)가 SaaS에 결합되면서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업무 도구를 넘어 사용자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실행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법(AI Act)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EU AI Act의 제50조(Article 50)에 따른 투명성 의무가 2026년 8월 2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특정 AI 시스템의 제공자와 이용자는 AI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AI가 생성하거나 조작한 콘텐츠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투명성 조치를 이행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7월 투명성 의무 이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AI 생성 콘텐츠의 표시·식별을 위한 실무 코드도 마련했다.

이번 변화가 국내 SaaS 기업에게 중요한 이유는 EU에 직접 법인을 두고 있는 기업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U 시장을 대상으로 SaaS를 제공하거나 EU 이용자를 대상으로 AI 기능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서비스의 제공 형태와 역할에 따라 EU AI Act의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특히 생성형 AI 챗봇, AI 문서 작성 기능, 고객 상담 AI, AI 검색, 업무 자동화 에이전트 등을 제품에 탑재한 SaaS 기업은 AI가 서비스 내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SaaS 기업의 대응 방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AI가 단순히 답변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권한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조회하고 다른 애플리케이션의 API를 호출하며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사용자는 어느 순간 AI와 직접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 투명성은 단순한 안내 문구가 아니라 제품의 인터페이스와 권한 구조, 로그 관리, 콘텐츠 표시 방식에 포함되어야 하는 제품 설계 요소가 된다.

따라서 국내 AI SaaS 기업에게 EU AI Act의 본격 적용은 단순한 해외 규제 대응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글로벌 SaaS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AI 기능을 얼마나 많이 제공하는가뿐 아니라 AI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생성된 콘텐츠와 AI의 개입을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1. EU AI Act가 실제 적용 단계에 들어서다

EU AI Act는 2024년 발효된 이후 단계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일부 금지된 AI 관행과 AI 리터러시 관련 규정은 2025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고, 범용 AI(GPAI) 모델 관련 규정도 2025년 8월부터 적용됐다. 그리고 2026년 8월 2일부터는 AI Act의 주요 규정과 함께 제50조의 투명성 의무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EU 집행위원회는 8월 2일부터 AI Office와 각국 관계기관이 AI Act의 집행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단계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투명성(Transparency)이다.

AI가 일상적인 서비스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이용자가 상대방이 사람인지 AI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작성한 텍스트나 이미지, 영상이 사람의 결과물처럼 유통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EU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용자가 AI와 상호작용하고 있거나 AI가 생성·조작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제50조를 마련했다.

EU 집행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 시스템 제공자는 이용자가 AI 시스템과 직접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며, AI가 생성하거나 조작한 콘텐츠는 기계가 판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시할 필요가 있다. 딥페이크나 공익적 사안에 관한 AI 생성 텍스트 등에는 별도의 표시 요구도 적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50조가 AI Act의 모든 내용을 포괄하는 일반적인 AI 규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위험 AI에 적용되는 규정과는 별도로 특정 상황에서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SaaS 기업이 "우리 서비스는 고위험 AI가 아니므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AI 기능이 어떤 방식으로 이용자와 상호작용하고 어떤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조작하는지를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SaaS 기업에게 투명성이 중요한 이유

기존 SaaS에서는 이용자가 시스템을 직접 조작한다는 전제가 비교적 명확했다.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고 문서를 작성하며 필요한 데이터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는 주어진 명령에 따라 기능을 실행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결합되면서 이러한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지난달 고객 문의 중 환불 관련 이슈를 정리해줘"라고 입력하면 AI가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고 결과를 요약해 보고서를 생성할 수 있다. 더 발전한 서비스에서는 AI가 CRM에서 고객 정보를 조회하고, 일정 시스템에서 가능한 시간을 확인하고, 이메일을 작성하여 발송하는 것까지 수행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화면을 몇 번 클릭하는 것보다 자연어로 요청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훨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AI가 어떤 시스템에 접근했는지, 어떤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어디까지 자동으로 처리했는지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구조에서는 AI의 개입 자체가 이용자에게 충분히 알려져 있어야 한다. 사용자는 자신이 AI와 대화하고 있는지, AI가 생성한 결과를 보고 있는지, 아니면 실제 직원이 처리한 결과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투명성은 단순히 화면 한쪽에 "AI가 생성한 답변입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비스의 기능과 이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AI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결국 AI SaaS 시대의 투명성은 법무팀에서 마지막에 확인하는 컴플라이언스 문서가 아니라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 하는 기능 요구사항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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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 에이전트와 Headless SaaS의 확산이 새로운 문제를 만든다

SaaS 시장에서는 최근 AI 에이전트와 함께 서비스 이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기존 SaaS는 사람이 웹이나 앱 화면을 통해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반면 AI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에서는 AI가 API를 통해 여러 SaaS를 연결하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영업관리 SaaS와 회계 SaaS, 이메일 SaaS, 일정관리 SaaS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과거에는 담당자가 각각의 시스템에 로그인하여 고객정보를 조회하고 견적서를 만들고 일정을 등록했다.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사용자는 하나의 AI에게 업무를 요청하고, AI가 각각의 SaaS API를 호출하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흔히 Headless SaaS 또는 API 중심 SaaS 환경과 연결된다. 사용자가 직접 화면을 조작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SaaS의 기능이 API 형태로 다른 서비스나 AI 에이전트에 제공되는 구조이다.

이 변화는 SaaS 기업에게 상당한 기회를 제공한다. 하나의 서비스가 다른 AI 에이전트의 업무 실행 환경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로운 관리 과제도 발생한다.

AI 에이전트가 API를 호출할 때 어느 사용자의 권한으로 접근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는지, 여러 단계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디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가 AI와 직접 대화하지 않고 AI 에이전트를 통해 SaaS 기능을 이용하는 경우, AI와 이용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투명하게 표시할 것인지도 중요해진다.

EU AI Act 제50조가 에이전틱 AI 자체를 별도로 규율하는 것은 아니지만, AI가 사람을 대신하여 SaaS 기능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투명성 의무를 제품 구조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새로운 실무 과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AI SaaS 기업이 단순한 UI 설계뿐 아니라 API와 에이전트 계층까지 투명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4. AI 기능이 있다면 먼저 ‘AI 사용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AI 규제 대응에서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사 서비스에 AI가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많은 SaaS 기업은 AI 기능을 하나의 제품 기능으로만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내부에서는 다양한 외부 AI API가 사용될 수 있다. 고객지원 챗봇에는 생성형 AI API가 연결되고, 문서 작성 기능에는 별도의 모델이 활용되며, 이미지 생성이나 음성 인식 기능에는 또 다른 외부 서비스가 연결되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가 복잡해지면 기업 내부에서도 어떤 AI가 어떤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개발팀이 업무 효율화를 위해 별도의 AI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이른바 Shadow AI는 기업이 공식적으로 도입한 AI 시스템이 아니거나 IT 관리 체계 밖에서 사용되는 AI 도구를 의미한다. SaaS 기업 역시 내부 개발과 고객지원, 마케팅, 운영 업무에서 다양한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을 고려하는 SaaS 기업이라면 AI 기능을 제품에 포함하는 것과 별개로 내부적인 AI 사용 현황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어떤 AI 모델 또는 서비스가 사용되는지, 어떤 업무에서 활용되는지, 어떤 데이터를 입력하는지, AI 결과가 외부에 제공되는지 등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를 하나의 목록으로 관리하는 AI 사용 레지스트리(AI Inventory 또는 AI Registry)는 향후 AI 거버넌스의 기본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규제 대응을 위한 문서가 아니다. 기업이 AI 서비스를 확대할 때 어떤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지, 데이터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특정 기능을 다른 모델로 교체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5. AI 생성 콘텐츠의 표시도 제품 기능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50조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AI가 생성하거나 조작한 콘텐츠에 대한 표시와 식별이다.

EU 집행위원회는 AI 생성 콘텐츠가 기계적으로 판별될 수 있도록 표시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으며, 2026년 7월에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Code of Practice on Transparency of AI-generated Content를 발표했다. 이 코드는 AI 생성·조작 콘텐츠의 표시와 탐지를 위한 실무적 방법을 제공한다. 법적 의무 자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코드의 조치를 활용하면 기업이 투명성 의무를 충족하는 방법을 보다 일관되게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AI 기능을 제공하는 SaaS 기업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AI 문서 작성 SaaS가 고객의 요청을 받아 보고서를 생성한다고 가정해보자. 지금까지는 생성된 문서가 단순히 SaaS 서비스의 결과물로 취급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해당 결과물이 AI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리고 식별할 것인지가 서비스 설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미지 생성 서비스나 영상 편집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AI가 기존 콘텐츠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한다면 이용자가 이를 인식할 수 있는 표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워터마크, 메타데이터, 기계 판독 가능한 표시 등 기술적 수단을 서비스 구조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규제 대응을 별도의 문서 작업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다. AI 생성 여부를 표시해야 한다면 제품에서 자동으로 표시되도록 설계하고, 콘텐츠가 다른 시스템으로 전달되더라도 AI 생성 정보가 가능한 범위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다.


6. 글로벌 SaaS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AI 컴플라이언스의 제품화’이다

EU AI Act의 본격 적용은 국내 SaaS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의 글로벌 SaaS 진출 준비는 개인정보보호, 정보보안, 계약 조건, 서비스 수준 협약(SLA)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여기에 AI 시스템의 특성과 AI 사용 방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AI 기능이 제품의 핵심이 될수록 컴플라이언스는 개발 완료 후 검토하는 절차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AI 기능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어떤 유형의 AI 시스템인지 확인하고, 이용자에게 AI 사용 사실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개발 단계에서는 AI 모델과 API, 데이터 흐름을 관리하고, 출시 전에는 투명성 관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출시 이후에는 모델이나 기능이 변경될 때 규제 영향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AI 컴플라이언스의 제품화(Productisation)로 연결된다.

AI가 사용되는 모든 영역에 공통적인 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제품 자체에서 AI 사용 여부와 콘텐츠 생성 여부를 자동으로 표시하며, 관련 로그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를 갖춘 기업은 향후 새로운 국가의 AI 규제가 등장하더라도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반대로 AI 기능이 여러 제품과 조직에 분산되어 있고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기업은 규제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별도의 대응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7. 국내 AI SaaS 기업을 위한 실무 대응 방향

국내 SaaS 기업이 EU AI Act에 대응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복잡한 글로벌 규제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현재 서비스의 AI 활용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우선 자사 제품에 포함된 AI 기능을 목록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 챗봇부터 문서 요약, 추천, 검색, 이미지 생성, 자동화 에이전트까지 AI가 개입하는 기능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에 외부 AI API나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는 기능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각 AI 기능이 어떤 데이터를 처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고객이 입력하는 데이터가 외부 모델 사업자에게 전달되는지, 모델 학습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처리된 데이터가 어느 지역에 저장되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AI가 이용자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경우에는 AI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릴지도 제품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AI 챗봇이나 AI 상담 기능을 운영한다면 이용자가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고 오인하지 않도록 적절한 안내가 제공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제50조에서 AI 시스템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사람에게 AI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리는 것을 주요 투명성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AI 생성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생성물에 대한 표시와 식별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이미지, 영상, 음성 또는 특정 유형의 텍스트를 생성하는 서비스라면 어떤 기술적 수단을 활용해 AI 생성 여부를 표시할 것인지 사전에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AI 모델이나 API가 변경되거나 새로운 AI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동일한 검토 절차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8. SaaS 전환지원센터 관점에서 본 시사점

이번 EU AI Act의 본격 적용은 국내 SaaS 기업에게 단순한 해외 규제 정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SaaS 시장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에서 개발한 서비스가 해외 고객에게 직접 제공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AI SaaS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물리적인 해외 진출 없이도 해외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국내 기업도 서비스 제공 구조에 따라 해외 규제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센터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AI 규제가 SaaS 기업의 기술개발과 직접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규제 대응을 법무 또는 보안 영역의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AI SaaS에서는 규제 요구사항이 제품 기능과 직접 연결된다. AI 사용 여부를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면 화면 설계가 달라져야 하고, AI 생성 콘텐츠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면 데이터 구조와 콘텐츠 생성 파이프라인이 달라져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외부 API를 호출한다면 권한 관리와 로그 체계 역시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SaaS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책·제도 정보 제공에서도 단순히 법령의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변화가 실제 제품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지까지 연결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특히 중소 SaaS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별도의 규제 대응 조직이나 법무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한 법률 해설보다 현재 제품에 어떤 AI 기능이 들어가 있고, 어떤 데이터를 처리하며, 어떤 이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는지를 기준으로 규제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실무 정보이다.

EU AI Act의 제50조 적용은 이러한 방향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규제의 핵심은 AI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AI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과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는 데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SaaS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제품 설계 원칙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9. 결론 및 시사점

EU AI Act의 2026년 8월 본격 적용은 AI 규제가 선언적인 원칙에서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50조의 투명성 의무는 AI와 이용자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다룬다는 점에서 AI SaaS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변화에 가깝다.

AI SaaS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규제 조항을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다. 자사의 서비스에 AI가 어디에 활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용자와 AI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하며,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어떻게 식별하고 표시할 것인지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민하는 것이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SaaS를 대신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중요해진다. 사용자가 직접 SaaS 화면을 조작하는 방식에서 AI가 API를 호출하고 여러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동하면, 기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중심 관리만으로는 AI의 활동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앞으로는 AI 에이전트의 권한, API 호출, 데이터 접근, 업무 수행 이력을 관리하는 체계가 SaaS 신뢰성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글로벌 AI SaaS 시장에서 경쟁력은 AI 기능의 수준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AI를 얼마나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을 제품 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하는가가 새로운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국내 SaaS 기업에게 EU AI Act는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SaaS 시장의 규제 방향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행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AI 기본법이 국내 AI 산업의 신뢰 기반을 마련하는 제도라면, EU AI Act는 글로벌 시장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어떤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춰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내 SaaS 기업은 이번 제50조 적용을 단순한 규제 대응의 시작점으로 보기보다 AI 서비스의 신뢰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AI 기능을 추가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의 사용 사실과 결과를 설명하고, 데이터를 통제하며, 에이전트의 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서비스 구조를 갖추는 것이 향후 글로벌 SaaS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 정책 참고자료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7월 AI Act 제50조 투명성 의무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해당 의무는 2026년 8월 2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또한 AI 생성 콘텐츠의 표시·탐지를 위한 Code of Practice도 마련되어 있으며, 2026년 7월 말까지 약 190개 기관이 해당 코드에 서명했다.

특히 AI 생성 콘텐츠 표시·탐지 의무의 경우 2026년 8월 2일 이전 시장에 출시된 AI 시스템에는 2026년 12월 2일까지의 제한적 유예가 적용되므로, 기존 제품과 신규 제품의 적용 시점을 구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8월 2일 이전에 생성된 콘텐츠를 소급하여 표시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